정부가 한국은행에서 함부로 돈을 빌려써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금처럼 정부가 한은에서 손쉽게 ‘급전’을 빌릴 경우 자칫 물가 상승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2일 ‘재정자금 일시차입금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자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재정자금 일시차입금은 정부의 세입과 세출이 일시적으로 맞아떨어지지 않을 때 국고금관리법에 따라 조달된다. 정부가 국회 승인을 받아 만기 1년 이내의 재정증권을 발행하거나, 한국은행으로부터 빌리는 방식 등 주로 두 가지다.

정부의 일시차입금은 지난 6월 말 19조1000억원으로 법정 한도액 20조원에 육박했다. 이 가운데 한은 차입금(11조원)이 재정증권 발행(8조1000억원)보다 많았다. 정도영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재정증권 발행은 입찰 등 조달절차가 복잡하고 상환시기도 제한된다는 점 때문에 정부가 손쉬운 한은 차입금을 선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한은 차입금이 급증하면 물가 상승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은 차입은 재정증권 발행과 달리 통화량이 늘어나는 효과를 갖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럽중앙은행(ECB)은 회원국 중앙은행에 대해 정부 대출을 금지하고 있다. 만기가 됐는데도 세입이 적으면 심각한 유동성 부족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2004년 정부는 세입이 부족해 한은에 1조원을 상환하지 못하다가 양곡 회계를 통해 긴급 차입하기도 했다.

정부의 일시차입금이 상반기 늘어난 것은 재정 조기집행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5조8000억원의 자금을 상환해 현재 차입금 잔액은 13조3000억원으로 줄었다고 해명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